오늘 장영은 선생님께서 <생존과 글쓰기 – 여성 사회주의자의 자기서사>란 주제로 특강을 진행하셨습니다.

오늘 특강은 <동아일보> 최초의 여기자이며 개벽사에서 발간한 잡지 <신여성>의 편집인이었던 허정숙의 삶과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허정숙은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각국의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을 정도로 유능한 여성이었습니다. 허정숙은 식민지 시기에는 주세죽, 고명자와 함께 사회주의 여성 운동가 트로이카로 불리며 활동했습니다. 해방 이후 북한에서는 여성 엘리트로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여섯 번 역임한 경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 스스로 자기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남긴 적은 없었습니다. 허정숙은 식민지 조선에 콜론타이의 연애 사상을 소개했을 뿐만 아니라 남성 사회주의자들과의 연이은 결혼과 이혼, 출산 등으로 조선의 콜론타이로 불리었습니다. 그런데 콜론타이와 근본적으로 다른 지점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콜론타이가 자신의 삶을 자전적 소설, 자서전 등의 형식을 통해 스스로 이야기한 것과 달리 허정숙은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었을 때에도 자기 생애에 대해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장영은 선생님은 허정숙을 비롯한 여성 지식인의 자기 서사 부재가 민족이나 계급 문제를 통한 체제 비판적 담론이 검열제도에 의해 억압되고 지식인의 자기 서사가 부진했던 상황에서 발생한 식민지적 특수 상황의 산물이라기 보다는, 여성 사회주의자로 생존하기 위해 자기 서사 부재를 현실적으로 선택한 것에 가깝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전생애에 걸쳐 대단한 삶을 살았던 혁명가 여성이 말년이 되어서 자신의 행적과 이력을 걷어내고 지우는 선택을 했다는 점은 남성 지식인과 확연히 다른 여성 지식인의 어쩔 수 없는 생존 방편이었다는 것입니다. 한국 근대사의 질곡을 들불처럼 살아냈던 여성에게 돈과 권력과 지식까지는 가까스로 허락되었지만 자신이 지녔던 사상과 명예만은 끝내 증거할 수 없게 만든 가부장제적 통치성의 실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허정숙의 자기 서사 부재는 여성이 자신이 가진 ‘사상’을 표현하려는 ‘언어’를 갖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는 사실을 아이러니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을 실감나게 또 논리 정연하게 펼쳐주신 장영은 선생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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