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강]"세습적 희생자’ 의식과 탈식민주의 역사학" 임지현교수(16.08.05)
- 국제한국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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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0-01
“현해탄을 사이에 두고, 어떤, 답답한, 지적 교착 상태가 있다. 일본 내각의 신사참배, 수정주의 교과서, 정신대 문제 등 ‘현재화된 과거’의 다양한 문제들이 불거질 때마다, 이 교착 상태는 더 굳어지는 느낌이다. 민족을 경계로 나누어진 이 대치선은 더 강화되는 경향마저 보인다. 민족국가 단위의 세계질서가 지배적인 한 불가피한 측면도 있겠다. 그러나 문제는 눈에 보이는 물리적 경계가 아니다. 정작 답답한 것은 우리의 인식 틀이 그 경계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실천을 규정하는 것이 ‘현실’ 그 자체라기 보다는 ‘인식된 현실’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선은 그 인식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 한다. 현실을 인식하는 틀이 바뀔 때 실천의 방식이 달라지고, 그것이 다시 현실의 변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아시아 역사학의 인식 틀에 대한 문제 제기야말로 ‘담론적 실천’의 첫 걸음이겠다.
사실상 식민주의의 과거에 접근하는 한․일 양국 역사가들의 문제의식은 대체로 민족을 경계로 고착된 전선에 갇혀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서로의 문제의식과 연구가 상호 침투하여 전선의 교착상태를 돌파하기는커녕, 완강하면서도 끈질긴 이 민족적 ‘진지전’의 중요한 이데올로기적 생산기지로서 존재해왔다는 것이 더 솔직한 평가일 것이다. 흔히 이야기하듯이, 그것은 제국 대 식민지라는 ‘아픈 과거’ 때문만은 아니다. 해방 후 혹은 전후 60년, 과거를 인질 삼은 그 60년의 ‘아픈 현재’가 낳은 산물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할 것이다. 과거에 대한 학문적 질문자로서가 아니라 ‘아픈 현재’를 낳은 정치적 공범자로서의 동아시아 역사학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 임지현, < ‘세습적 희생자’ 의식과 탈식민주의 역사학>
(‘Hereditary Victimhood’ and the Postcolonial Historiography in East Asia)
<희생자의식 민족주의와 식민지의 기억>
■ 임지현 교수(서강대 사학과)
시간: 8월 5일 금요일 오후 1시
장소: 성균관대 육백주년기념관 4층 408호
주최: Inter-University Center at SKKU(국제한국학센터),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인문한국(HK)연구소
사회: 황호덕(성균관대)